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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 리뷰

<우주보자기> 프로그램노트 - 인디포럼



< 우주보자기 > 인디포럼 프로그램노트 - 김선 감독님


우주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주의 끝은 어딜까? 우주는 누가 만든 걸까?


누구나 이런 우주적이고 철학적인 질문들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딱히 답이 없다. 하지만 답을 찾는 과정을 기록할 순 있다. 그 과정을 우린 과학이라 부르기도 하고, 철학이라 부르기도 하고, 예술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 영화 <우주보자기>를 보건데, 애니메이션이라고 불러도 되겠다.


<우주보자기>의 기록방법은 요즘 애니메이션답지 않게 (충격적이게도) 아날로그적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우주를 보자기로 치환하는 방법인데 실제 염색한 천으로 우주를 형상화하는 게 그것이다. 보자기가 펼쳐지거나 말리듯, 무언가를 싸거나 뱉어내듯, 출렁이거나 팽팽해지듯, 궁극적으론 보자기가 또 다른 보자기를 감싸듯, <우주보자기>의 우주는 염색천의 질감과 색감만으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그 염색천 기록법은 우주성을 기록하는데 충분히 성공적이다. 리듬이 있으며 템포가 있으며 밀도가 있으며 속도가 있으며 생명이 있다. (좀 많이) 과장해서 말해보면 웜홀과 블랙홀 같은 골치 아픈 우주이론이 염색천 한 조각으로 모두 설명되는 느낌이랄까. 반대로 (그렇게 많이) 과장이 아닌 이유는 이미 염색천 안에 우주가 있기 때문이리라. 천에게 이미 리듬이 있고 템포가 있고 밀도가 있으며, 염색 공정 또한 리듬이 있고 템포가 있고 밀도가 있기 때문이리라. 그리고 그것을 우주로 치환하는 “애니메이션다운”발상이 이미 우주를 아우르는 생명 자체이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