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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 & 리뷰

<우주보자기> 관객심사단리뷰 및 프로그램노트 -인디애니페스트



우주보자기 ] 인디애니페스트 관객심사단리뷰 - 한상원님


인류의 미래를 바꾼 위대한 몇몇 사건들은 ‘저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라는 질문을 서두로 시작되었다. 게다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쏟아지는 중이다. 당장 육안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저 멀리에 무언가가 있다, 이보다 상상력과 흥미를 자극하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끝이 없어 보이는 이 궁금증에 <우주보자기>또한 한 마디 거든다. <우주보자기>는 10분이 조금 넘는 러닝타임 동안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고찰하고 또 고찰한다. 내가 사는 이곳은 어떻게 생겼는지, 끝은 존재하긴 하는 건지 그리고 사라진 것은 어디로 가는지. 여기서 잠깐 걸음을 멈추고 찬찬히 살펴보면 <우주보자기>의 질문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의문을 품어봤음직한 질문들임을 발견할 수 있다. <우주보자기>는 이런 시대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갖는 의문을 다람쥐가 쳇바퀴를 돌리고 보자기로 된 우주를 당기고 당겨도 끝이 보이지 않게 하는 것으로 가시화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질문을 하던 소년은 의도치 않게 모험의 길 위에 오르게 된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것을 알아내고자 하는 우리들의 욕망을 투영한 소년이 모험을 하게 함으로써 답에 한 걸음 가까워질 수 있도록 한 셈이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평면적, 입체적인 인물로 분류되곤 한다. 평면적인 인물이란, 전개 과정에서 성격의 변화 없이 본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는 인물이다. 즉, 판에 박힌 인물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입체적인 인물은 역동적이고 변화하는 성격을 지닌다. <우주보자기>는 이런 인물의 특징을 소재를 통해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우주보자기>는 두 가지의 재료가 눈에 띄는데 그건 바로 천과 종이다. 순환하는 자연과 우주는 천으로, 고찰하는 인물은 종이로 만들어졌다. 종이는 앞과 뒤만 있을 뿐 양옆이 없다. 말아놓은 천에 비하면 단면적인 소재인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소년은 현대인을 표방한다. 지금 21세기의 현대인들은 정해진 길을 걷는 데에 급급하다. 광활하게 펼쳐진 우주에 시선을 돌릴 틈 없이 당장 앞에 놓인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삶. 어떻게 보면 굉장히 단조로운 삶이라고 할 수 있겠다. 요컨대 우리의 판에 박히고 지루한 모습을 <우주보자기>는 평평한 종이로 표현해내고 있는 것이다. 많은 가능성을 품은 우주는 입체적인 천으로 그려내고 말이다. 또한 이 애니메이션에서 보자기가 원을 그리며 동그랗게 말리는 것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데, 원은 우주적 공간, 순환, 중심 등을 상징한다. 우주보자기가 세상에 내려올 때 뫼비우스의 띠의 모양을 형성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라고 볼 수 있다. 처음과 끝이 불분명하고 안팎의 구분이 없는 게 마치 우주의 특성을 닮았다. 천은 이러한 비유 말고도 애니메이션에 또 다른 효과를 주고 있다. 천의 특성이 연출에 사용된 것이다. 예를 들면 바람이 부는 하늘, 하늘이 갈라지고 펼쳐지는 우주 그리고 새로운 우주의 역동성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특히 소년이 우주의 끝자락을 잡아당길 때 보자기 특유의 질감이 잘 활용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끝으로, <우주보자기>의 마지막 질문 ‘보이니?’에 대한 답으로는 그렇다는 대답이 조금 더 어울린다고 본다. 어쨌든 간접적으로나마 우주의 한 조각을 보았으니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일부분을 본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http://www.ianifest.org/b/wdaily.asp?page_code=3&num=1114&page=1&idx=4&URL=/b/wdaily.asp&find=title&keyword=우주보자기


출처-인디애니페스트 





[우주보자기] 인디애니페스트 프로그램노트- 나기용 감독님


누구에게나 한번쯤은 유년시절 우주에 대한 끝 모를 상상을 하며 우주공간을 유영하며 공상의 세계에 빠져봤을 것이다.

그러나 궁금했던 것은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우주는 어떻게 생겼을까?, 우주는 끝이 있을까? 등등 ...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같은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많은 과학적 이론과 연구 성과들이 있지만 속 시원히 풀어주지는 못하는 것 같다. 우주라는 퍼즐은 우리의 짧은 생에 비해 그 크기와 시간이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승희 감독의 이 작품에선 아주 독특하고 흥미롭게 우주를 표현하고 있다.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듯한 직관적이고 독창적인 상상력으로 만든 우주는 보자기들의 펼져진 모습인데 가끔 쏟아나는 매듭과 둥글게 말리며 빨아들이는 모습은 현재 블랙홀과 웜홀을 연상시키며 상상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보자기라는 것이 동양의 물건을 싸는 사각형 천으로 용도가 매우 다양하고 실용적인 면이 있는데 우주를 그런 보자기로 형상화한 발상자체가 동양적이며 생활 속의 소재에서 오는 친근함으로 마냥 어렵고 생격하기만 한 우주에 대해 친근한 이미지로 그려낸 것은 이 작품의 큰 미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출처-인디애니페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