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빛과 동전 사이의 아이러니!
파워 리뷰어 김진태
눈을 뜨면 파란 하늘과 흰 구름이 보이고, 넓고 푸른 들판과 환한 햇살이 가득한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은 모든 인간의 꿈이요, 희망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꿈을 꾸면서도 끊임없이 자연을 파괴하고, 이기적으로만 이용하려 하는 것 역시 인간들이다. 어쩌면 자연을 대하는 인간의 생각과 태도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모순투성이라 해도 부정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단편 애니메이션 [빛과 동전]은 바로 이러한 인간과 자연의 아이러니한 관계를 독특하고, 기발한 시선으로 이야기하고 있다.
깨끗한 자연 속에서 부지런히 일을 하며 살아가는 세 친구가 있다. 그들에게는 오직 물과 바람, 풀과 빛만이 유일한 재산이고, 또 그것을 담고 있는 자연만이 가장 값진 보금자리다. 하지만 어느 날, 정체불명의 비행체를 타고 낯선 ‘그림자 인간’이 방문하게 되고, 그는 자신이 사용하던 특별한 기계를 세 친구 앞에 남겨 두고 떠나가 버린다. 그 기계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던 세 친구는 사용법을 알아내고, 결국 그 특별한 기계로 인해 세 친구의 생활은 점차 변화하게 된다.
애니메이션 [빛과 동전]은 장르적 특성인 예쁘고, 아기자기한 영상들 속에 예상하지 못했던 신랄하고, 날카로운 메시지를 품은 작품이다. 그것은 제목에서부터 쉽게 전달되어 진다고 할 수 있다. ‘빛’이라는 자연적 소재와 '동전'이라는 인위적 소재의 대비는 곧 이 애니메이션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드러내주는 소재라 할 수 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는 두 소재를 나란히 붙여 놓은 제목만으로 호기심을 가지게 되었던 사람들이라면 영화가 끝난 후에 다시 만나게 될 제목은 꽤나 예리하고, 직설적인 메시지에 놀라움을 가지게 될 것이다.
정체불명의 비행체를 타고 온 그림자 인간이 남겨 놓고 간 특별한 기계는 바로 동전만 넣으면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자동기계와 빛을 빨아들여서 동전을 만들어내는 펌프였다. 세 친구는 어느새 자동기계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되고, 그 자동기계를 이용하기 위해 낮에는 열심히 펌프질을 하며 빛을 빨아들이고, 동전을 만든다. 그리고 그 동전으로 밤에도 자동기계가 만들어 내는 빛을 받으며, 안락의자에서 편안함을 즐긴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처음 만들어진 순간부터 욕심을 가지고 탄생한다고들 한다. 아무리 욕심 없이 살아가는 성인군자라 하더라도 그들조차 가슴 한 구석에는 욕심이 자리하고 있는 법이다. 애니메이션 [빛과 동전]의 세 친구들 역시 그러한 존재이며, 결국 그 욕심이 만들어 낸 결과를 통해 자신들의 실수를 알게 되는 것이다. 깜깜한 밤에도 빛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동기계를 움직이기 위해서는 동전이 필요하고, 결국 그 동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낮 동안 끊임없이 펌프질을 하며 일을 하고, 소중한 햇빛을 빨아 들여야 한다는 사실보다 세 친구들에게는 밤 동안 즐길 수 있는 빛과 안락의자의 매력이 더 앞섰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지금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언제나 조금 더 편하고, 조금 더 좋은 환경을 바란다. 그래서 보다 나은 기계들을 발명하고, 새로운 건물을 만들며, 길을 뚫고, 물가를 메우기도 한다. 즉, 우리가 숨 쉬며 살아가는 자연에 대한 걱정보다 하루하루의 편의와 즐거움을 위해 사람들의 이기심 하나만으로 자연을 짓밟고 훼손해 간다. 마치 만능 자동기계를 돌리기 위해 빛을 빨아들이며 동전기계의 펌프질을 계속 해대는 세 친구의 모습처럼 말이다. 수많은 동전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보다 더 많은 빛을 잃어야 한다. 우리들은 어쩌면 지금 그러한 이치조차도 간과한 채 끊임없이 펌프질만 해대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도 빛보다는 동전의 유혹이 앞서고, 또 자연보다는 현실적 이익이 눈앞에 먼저 보여지는 그런 이기적인 인간이 아닌가에 대해 잠시나마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